어쩌면 애플이 근래 내놓은 것들 중에서 가장 관심을 받지 못하는 제품을 꼽자면 바로 에어태그가 아닐까요? 에어태그는 애플의 위치 추적용 액세서리입니다. 자주 잃어버리는 자동차 열쇠나 지갑 같은 데에 걸어두면 여기저기 헤매지 않아도 순식간에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 기기가 작동하는 시나리오를 먼저 살펴볼까요? 에어태그는 세 가지 방법으로 위치를 추적합니다. 첫 번째는 소리입니다. ‘나의 찾기’ 앱에서 ‘사운드 재생’ 버튼을 누르면 에어태그는 “삐비빅!”하는 소리를 냅니다. 그 소리를 찾아가면 잃어버린 물건을 발견할 수 있죠. 이건 기존에 아이폰이나 애플워치, 에어팟 등 기기를 찾는 것과 거의 같은 원리입니다. 앱이 에어태그에게 소리를 내라고 하면 경고음을 울리는 것이지요.
두 번째는 정밀 추적입니다. 이것도 ‘나의 찾기’ 앱에서 ‘찾기’ 버튼을 눌러서 실행합니다. 이 방법을 쓰려면 아이폰이 필요한데 아이폰 화면에 찾는 에어태그의 위치가 나타납니다. 마치 나침반이나 보물 찾기를 하는 것처럼 방향과 거리가 나타납니다. 따라가면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거죠.
세 번째는 지도 추적입니다. 집 밖으로 나가는 상황을 파악하는 겁니다. 이 역시 ‘나의 찾기’ 앱에서 지도에 에어태그의 위치를 표시해 주어서 혹시라도 물건을 밖에 두고 왔다면 지도를 보고 찾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잃어버리기 쉬운 물건들의 위치를 알려주는 게 바로 에어태그의 역할입니다.
아, 그런데 아쉬운 건 우리나라에서는 세 번째 지도 기반의 위치 추적은 안 됩니다. 위치정보법 때문입니다. 지도와 관련된 데이터들이 해외로 반출될 수 없고, 모든 처리가 국내 서버에서 이뤄져야 해서 구글 지도나 애플 지도를 비롯해서 위치 관련된 기술들은 우리나라에 있는 동안에는 작동을 안 합니다. 사실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 기기들은 나의 찾기 앱을 통해서 실시간 위치 정보 공유 등의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안 됩니다.
애플이 전 세계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이 에어태그는 어떻게 스스로의 위치를 파악하고, 이용자에게 알려줄 수 있을까요? 스마트폰을 떠올려 보면 그 안에는 GPS와 GLONASS를 비롯한 위성 기반의 위치 인식과 LTE, 5G 등의 셀룰러망, 그리고 무선랜 주소를 바탕으로 한 위치 추적이 복합적으로 이뤄집니다. 그리고 스마트폰은 통신 기술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의 위치를 직접 어디론가 알려주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 작은 에어태그 안에 LTE, GPS, 무선랜 등의 칩이 모두 들어가서 스마트폰처럼 위치를 알아내는 걸까요? 그건 아닙니다. 에어태그는 동전 모양의 리튬 전지 하나로 1년을 넘게 작동하는 저전력 사물인터넷 기기에요. 그 안에 GPS, 무선랜, LTE는 ‘금기시되는 기술’로 꼽힙니다. 정확하고 빠르지만 전력 소비량이 아주 크기 때문입니다.
에어태그가 세상과 통신하는 방법은 세 가지입니다. 저전력 블루투스, 울트라 와이드밴드(UWB), 그리고 NFC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저전력 통신 방법들이지요. 아니, 그러면 이것들로 위치는 어떻게 파악하는 걸까요? 바로 애플의 ‘나의 찾기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겁니다.
’나의 찾기 네트워크’는 애플이 만든 네트워크입니다. 이 네트워크는 통신망을 세우고, 공유기를 깔아서 만든 게 아니라 우리가 쓰는 애플 기기들이 하나하나의 기지국이 되는 방식입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아이폰은 그 자체로 위치를 파악하고 통신하는 데에 완벽한 기기지요. 아이패드와 맥도 제품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략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고, 거의 완벽한 통신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애플의 기기들이 네트워크처럼 서로 연결되어서 아주 작은 기지국 역할을 합니다. 이미 애플의 기기는 수 억대가 지구상에 깔려 있기 때문에 조금만 움직이면, 혹은 가만히 있어도 누군가가 주변을 지나가면서 서로 간단한 통신을 할 수 있습니다. 에어태그도 사람들의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맥과 살짝살짝 통신을 하면서 그 기기들에게 현재의 위치 정보를 받습니다.
내 기기가 기지국, 티끌 모아 전 세계 연결
혹시 ‘그럼 내 기기에 남의 에어태그가 연결되나?’라고 생각하셨나요? 네, 사실 에어태그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아이폰, 아이패드, 맥, 애플워치 등등 모든 기기가 네트워크처럼 서로 연결됩니다. 그런데 이 네트워크는 개인 정보를 실어 나른다거나, 개인을 식별하고, 데이터를 옮기는 건 아닙니다. 오로지 기기를 찾는 데에만 쓰입니다.
예를 들면 맥북을 잃어버렸을 때 ‘나의 찾기’ 앱으로 맥에 소리를 내도록 신호를 보내면 ‘나의 찾기 네트워크’는 전 세계의 애플 기기에게 ‘이 시리얼 번호의 맥북 본 사람 손드세요’라고 하는 거죠. 가장 확실한 것은 잃어버린 맥북이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으면 곧바로 ‘나의 찾기 네트워크’에 ‘나 여기에 살아 있어요’라고 신호를 보내고, 위치 정보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잃어버린 맥북이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았다면 해당 기기 주변에 있는 기기와 짧은 통신을 해서 ‘내가 그 맥북 여기에서 봤어요’라고 알려주는 겁니다. 소리를 내라고 하면 소리를 내게 할 수도 있고요. 에어태그는 이 기능 중에서 직접 통신을 제외한 블루투스를 통해 위치 신호와 소리를 내도록 하는 기능만 떼어낸 기기인 셈이고요.
결국 ‘나의 찾기 네트워크’는 애플 기기를 쓰는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의 자원을 할당해서 일반적인 통신 환경에 관계없이 기기 분실에 대한 걱정을 덜어낼 수 있는 네트워크입니다. 이를 두고 ‘집단지성’이라거나 ‘크라우드 소싱’이라고 부르는 것 역시 조금씩 자원을 내어주는 것으로 모두가 더 안전하게 기기를 쓰는 혜택을 누리기 때문입니다.
이 네트워크가 내 기기에 보안이나 성능, 전력 등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아주 작은 양의 전력 손실이 있을 수는 있지만 저전력 블루투스 통신은 전력 소비를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당장 에어태그에 들어간 배터리 하나로 1년을 쓸 수 있는 정도니까요.
애플의 사물인터넷 해석
에어태그가 내 아이폰과 가까이에 있을 때는 통신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이때는 블루투스와 함께 U1이라는 칩이 작동을 합니다. U1은 애플이 쓰는 ‘울트라 와이드밴드(UWB)’ 통신 칩셋입니다. 울트라 와이드밴드는 아주 높은 대역폭의 주파수로 신호를 주고받는 기술을 말합니다. ‘초광대역 통신’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5G에서도 울트라 와이드밴드를 통해 초고속의 데이터 전송을 하는 데 씁니다. 애플은 이 신호를 통해 위치를 파악합니다.
에어태그는 대역폭이 높은, 그러니까 주파수 주기가 짧게 움직이는 전파를 통해 아이폰과 거리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습니다. 애플은 아이폰 11에 이 UWB를 쓸 수 있는 마이크로 컨트롤러 U1 칩을 넣었던 바 있습니다. 무선으로 파일을 주고받는 에어드롭에도 이 기술을 이용해 파일을 보낼 상대를 정확히 지정할 수 있었지요 애플이 나의 찾기 네트워크를 만든 것도 이 즈음이니 아마 에어태그도 2019년에는 아이디어가 나왔던 제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무리는 아닐 것 같습니다.
에어태그는 기본적으로 이 두 가지 통신을 바탕으로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이용자에게 그 위치 정보를 알려줍니다. 어떻게 보면 그 자체로는 위치를 알 수가 없는 방식이지만 기기들의 조합, 그리고 생태계가 만들어낸 네트워크를 통해 위치라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셈이지요. 그리고 그 위치 정보는 다시 사물인터넷이라는 분야의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사실 애플은 사물인터넷 분야에 일찍부터 관심을 가졌고, 지금도 이 관점에서 많은 기기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센서의 거리를 읽어내서 정보를 제공하는 ‘아이비콘(iBeacon)’도 지금 생각해 보면 에어태그와 관련을 짓는 게 어렵지 않습니다. 애플이 가장 공들이는 분야 중 하나인 증강현실 역시 사물과 디지털 세상을 연결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에어태그는 단순하게 보면 위치를 찾아주는 기기이지만 다르게 보면 애플이 생각하는 사물인터넷, 그러니까 진짜 세상과 가상 세계를 이어주는 여러 가지 방법들 중 하나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이 네트워크와 센서를 이용한 다른 기기들에 대한 상상도 떠올려볼 수 있을 겁니다. 자동차처럼 말이지요.
원문 및 출처 : < 테크플러스 > - 필자 : 최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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