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패드(Touchpad), 노트북 입력장치의 강자

1990년 초까지만 해도 컴퓨터의 운영체제는 '도스'였다. 웬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듯이 단순히 텍스트(글자) 입력으로 모든 명령이 이루어지는 체계였다. 따라서 이때까지만 해도 컴퓨터 입력장치는 키보드 하나로 모든 것을 다 처리했다. 그러다가 1990년대 중반 이후로 컴퓨터 운영체제에 큰 변화가 생겼다. 바로 윈도우(Windows)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윈도우의 핵심은 바로 그래픽으로 표시되는 창과 메뉴였다. 이 체제에서는 "클릭"이라는 쉽고 간편한 행위로도 대다수의 입력행위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마우스라는 것이 키보드와 함께 PC의 표준 입력장치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런 입력방식의 패러다임 전환은 기존의 PC 뿐만 아니라 개인 노트북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다만 노트북의 장점인 휴대성이 강조되다 보니 마우스를 따로 가지고 다니는 것이 다소 번거롭고 불편하기 때문에 마우스와 유사한 기능을 발휘할수 있도록 본체와 일체형으로 된 포인팅(Pointing:위치지정) 장치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런 필요성에 따라 노트북용 포인팅 장치의 초기 형태에는 막대를 조작하는 방식의 조이스틱, 구슬을 굴려 커서를 움직이는 트랙볼 등이 있었는데, 이들 장치는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작은 노트북을 설계하고 적용하는데에 방해요소가 되었다. 또한 기존의 마우스와 비교했을 때 조작이 "디테일"하지 못하고 고장이 발생할 위험도 있었다. 따라서 초창기의 이런 장치들은 별 관심을 받지 못했다.

 

터치패드의 등장

1994년 미국의 애플사는 자사의 새로운 노트북인 '파워북 520/540'을 새로 출시했는데, 이 노트북에는 '터치패드(Touchpad)'라는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포인팅 장치를 달았다. 이런 터치패드의 원리를 처음으로 고안하여 특허까지 받은 사람은 미국의 조지 저파이드(George Gerpheide)라는 사람이었다. 터치패드는 노트북의 키보드 하단 공간에 위치해 있고, 표면에 센서가 내장되어 있다. 현재 출시되고 있는 대부분의 노트북에는 바로 이 터치패드가 부착되어 있다. 터치패드의 원리는 간단하다. 이 터치패드에 손가락이 닿게 되면 닿은 부분의 센서가 전기용량의 변화를 감지하게 되고 감지된 정보가 PC에 전달되어 그 닿은 부분의 위치로 마우스 커서가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또한 어떤 노트북에는 터치패드 하단에 클릭 버튼이 있는것도 있는데 이 클릭 버튼은 바로 마우스의 클릭버튼과 같은 기능을 한다.

 

터치패드는 제조면에서도 유리하다. 조이스틱과 같은 기존의 장치보다 구조 자체가 간단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생산단가가 저렴하고 고장발생의 위험이 비교적 적다. 또한 부피 자체도 작기 때문에 노트북을 소형화하는데에도 유리하다. 또한 작동면에서도 미세한 전기용량의 변화로 움직이기 때문에 섬세한 조작을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런 여러 가지 장점들 때문에 애플은 파워북 520/540 이후로 출시된 모든 노트북에 터치패드를 장착하기 시작했고 뒤를 따라서 HP, 컴팩, 델 등의 다른 노트북 제조회사들도 이 터치패드를 달기 시작했다. 애플을 비롯한 몇몇 제조사들에서는 이 터치패드를 트팩패드라고도 부르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이 터치패드라는 이름이 터치패드 전문 제조사인 '시냅틱스'의 상표이기 때문이다. 

 

터치패드의 응용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터치패드의 기본적인 기능은 물론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는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응용되다보니 이 터치패드에도 여러가지 부가적인 기능이 추가되기 시작했다. 먼저 터치패드 표면을 살짝 두드렸을 때 마우스 클릭이나 더블 클릭과 같은 행위를 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또 터치패드의 가장자리 부분을 손가락으로 문지르게 되면 마우스의 횔처럼 문서를 스크롤 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게다가 요즘 나오는 터치패드는 멀티 터치 기능을 지원하기 때문에 2개 이상의 손가락을 동시에 인식할 수도 있다. 이런 멀티 터치 기능으로 인해 보다 더 섬세하고 복잡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가령 예를 들면 애플 맥북의 트랙패드도 다양한 응용기능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 장치에는 손가락의 접촉 강도를 보다 더 지능적으로 감지하게끔 하는 포스터치(Force Touch)기술이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이 장치는 손가락을 강하게 누르면 강하게 반응하고 약하게 누르면 약한 반응을 보인다. 이로 인해 누르는 세기에 따라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문서를 빠르게 넘겨보고 싶을 때에는 손가락을 세게 누르고 천천히 넘겨 보고 싶을 때에는 약하게 누르면 되는 것이다.

 

사용시 주의사항

어떤 노트북 중에는 터치패드와 마우스 클릭의 기능을 수행하는 클릭 버튼이 일체화된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 있어 클릭버튼을 감지하는 표면이 터치패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기 때문에 다른 분리되어 있는 장치에 비해 넓게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가지 문제는 클릭 버튼의 표면을 접촉했을 때에도 마우스 커서가 움직이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고 클릭이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체형의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훈련이 필요하다. 즉 작동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야 오작동으로 인한 불편을 없앨 수 있다. 

 

터치패드의 문제점은 키보드 입력시에도 발생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터치패드라는 것이 키보드 바로 아래에 있기 때문에 키보드로 입력하는 동안에 손목이나 팔 부위가 터치패드에 닿아 마우스 커서가 오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원치 않는 오작동을 피하기 위해 터치패드를 키보드 아래쪽이 아닌 오른쪽에 위치 시킨 제품도 있다. 또 몇몇 노트북은 별도로 마우스를 꽂아 넣어서 이용시에만 터치패드의 기능을 자동적으로 끄는 기능을 제공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터치패드는 접촉 표면의 전기용량 변화를 이용하여 작동하는 원리이기 때문에 전기용량을 감지할 수 있는 신체부위나 금속 같은 도체 물질이 닿아야 정상적인 작동이 가능하다. 따라서 막대나 이물질로 감싸여져 있는 손으로는 이용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

최근 출시된 노트북 중에는 포인팅스틱(Pointing stick)이라는 장치를 탑재하려는 노력도 있었다. 이 포인팅스틱은 초기 조이스틱과 비슷한 구조이지만 크기가 매우 작고 또한 섬세한 조작을 할 수 있도록 해서 기존의 조이스틱이 지녔던 단점을 극복하는 동시에 기존의 터치패드로는 다소 까다로운 드래그나 범위 선택등을 수행하도록 장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또한 포인팅스틱과 터치패드를 같이 탑재한 노트북도 출시되고 있다.

 

터치패드의 변화

일반 터치패드에 터치스크린 기반 인터페이스 기능을 탑재한 '스크린패드(screenpad)'라는 장치도 있다. 이 스크린패드를 이용하면 터치패드에 다른 창을 열어서 이를 듀얼 모니터처럼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때 터치패드의 화면은 보조 모니터로 인식되어, 작업 중에 창을 아래로 드래그하게 되면 해당 창이 그대로 패드에 나타난다.

 

이 장치를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은 터치패드 자체가 화면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마우스 기능을 사용하기에는 다소 번거롭다는 것이다.  이때에는 가급적이면 마우스를 따로 연결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