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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및정보

SMR, 작지만 안전한 원자로

by h-man 2021. 8. 16.

탄소중립이 전세계적인 환경 트렌드로 자리잡게 되면서 세계 여러 나라들은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로 이런 흐름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탄소중립을 실현하는데에 문제가 있다. 따라서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중소형 원자로(SMR)이다. 세계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이 SM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탈원전'이라는 기존의 방침에 변화가 있는 것인가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개발중에 있는 SMR중에서 미국 원자력 규제기관인 NRC(Nuclear Regulatory Commision)로부터 설계 인증을 받은 곳은 미국 원전회사인 뉴스케일 파워(NuScale Power)의 SMR이 유일하다. 그래서 이 포스팅에서는 이 뉴스케일 파워의 SMR을 중심으로 소형원자로가 무엇인지 그 기술에 대해 알아본다.

 

■ SMR의 장점

 

SMR은 Small Modular Reactor(소형 모듈 원자로) 또는 Small Medium Reactor(중소형 원자로)의 줄임말이다. 평균 발전 용량이 300MW이하이기 때문에 용량으로 볼 때 평균 1000~1400MW의 출력을 생산해내는 대형 원전의 약 5분의 1 수준이다. 

 

대개 원전(원자력발전)은 원자로,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의 부품들로 구성되는데, SMR은 이런 개별적인 부품들이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 되어 있다. 형태 자체가 원자로 모듈 형태로 되어 있기 때문에 전체 크기도 대형 원전의 150분의 1수준으로 작은 편이다.

 

크기가 작다는 것은 SMR만의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크기가 줄어듦으로써 원전을 건설하는 기간과 설치비용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형 원전의 경우 각 구성품인 원자로,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등을 현장에 설치하고 나서 주배관에 연결해야 하는데 이 작업과정이 복잡해서 시간은 물론 비용도 들게 마련이다. 게다가 대형 원전의 외관을 구성하고 있는 거대한 콘크리트 돔도 별도로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또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 반면에 SMR은 자체 모듈에 격납용기가 포함되어 있어서 별도의 돔과 같은 외관이 필요 없다. 또 제조 및 조립 자체가 공장에서 가능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별도의 설치과정이 전혀 필요 없는 것이 장점이다.

 

뭐니뭐니 해도 원전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것은 안전성 문제다. 몇 년 전 발생했던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이 안전성 문제에 대한 논란을 한층 가속화시키기도 했는데, 이 원전에서 한번 사고가 나면 유출되는 방사능으로 인해 환경오염은 물론 인체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여러 피해 사례들이 계속 나타나는 것은 물론 약 40여년 전에 발생했던 체르노빌 원전사고의 후유증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SMR도 원전이기 때문에 안전성 논란에서 자유로울수가 없다. 다만 사고발생에 대한 예측을 해본다면 그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원전의 중대 사고 발생 가능성은 노심 손상 빈도(CDF, Core Damage Frequency)라는 지표를 주로 활용하는데, 이 지표를 기준으로 봤을 때 SMR은 대형 원전에 비해 사고율이 3000분의 1 수준이다. 이 정도 수치라면 SMR은 대형원전보다 지극히 안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수치상으로 본 가능성이고 아무리 안전하다고 하더라도 운용시 철저한 안전관리와 주의가 필요함은 당연한 얘기이다.

 

SMR은 또한 일반 대형 원전과 달리 크기가 작은 편이기 때문에 주로 지하에 설치된 거대한 수조에 채워진 저장수에 잠긴 상태에서 운전이 된다. 이 수조에 채워져 있는 물이 바로 냉각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쓰나미나 강력한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서 전력공급이 중단되거나 냉각수가 공급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앞에서 신재생에너지의 보완책으로 SMR을 언급한 바 있는데, 이는 SMR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에 대비함은 물론 탄소중립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은 기상 상황이라는 외부 변수가 발전량을 좌우하기 때문에 이를 보충하거나 대체할만한 전력자원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SMR의 작은 크기는 부지를 확보하는데 있어서도 매우 유리하다. 대개 크기가 있는 원전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방사능 누출에 대비하기 위해서 원전 주위로 방사선 비상 계획 구역을 정하게 되어 있는데 일반적으로 그 크기가 원전을 중심으로 반경 16km로 설정한다. 하지만 SMR의 해당 부지의 크기가 현격히 줄어들게 된다. 예를 들면 뉴스케일 파워의 SMR 비상 계획 구역의 크기는 가로·세로 230m에 불과하다

 

■ 앞서고 있는 미·중·러 와 우리나라의 상황

 

이러한 장점들 때문에 세계 여러 나라들이 앞다퉈 SMR시장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실제로 영국국립원자력연구소가 예상한 바에 따르면 2035년까지 SMR의 시장규모는 최대 620조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나라들 중에서 가장 적극적인 국가가 미국, 중국, 러시아이다.

 

미국 정부는 '원자력 전략비전'을 발표하고 이에 따라 차세대 원자로 기술과 SMR개발에 향후 7년간 32억달러에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또한 빌 게이츠가 설립한 회사인 테라파워(TerraPower)에서는 10억달러의 비용을 투자해서 2030년까지 SMR을 가동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중국이나 러시아에서는 바다에 떠있는 해양부유식 SMR에 중점을 두고 개발에 나섰다. 중국은 '제14차 5개년 계획'에 이 해상부유식 SMR을 포함시켜서 한창 개발중이다. 러시아는 이미 세계 최초의 해상 부유식 SMR을 개발해서 상용화시켰으며 작년 5월부터는 일부 지역에 설치를 해서 가동중에 있다.

 

한 때 '원전 선진국'이었던 우리나라는 이 SMR 개발에는 주춤하고 있는 편이다. 우리나라는 다목적 소형원자로인 '스마트(SMART)'를 개발해서 표준설계인증까지 획득한 상태이지만 정책지원이 부족한 이유 등에 따라 상용화가 더딘 상태다. 이 밖에도 혁신형 SMR개발에 약 4000억원 투자를 진행하기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추진하고 있는데, SMR개발 투자금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환경적 여건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 SMR을 확대할 수 밖에 없다"라며 "이 SMR개발에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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