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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및정보

무풍 에어컨은 어떻게 시원해지나

by h-man 2021. 8. 16.

에어컨은 대표적인 여름용 가전 제품이다. 갈수록 여름 기온이 높아지면 이 에어컨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그에 따라 꾸준히 판매량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바람 없는' 에어컨이 인기라고 하는데, 삼성에서 나오는 최상위 제품인 '비스포크 무풍에어컨 갤러리'의 판매량은 작년에 비해 배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외국에서도 무풍 에어컨이 인기를 끌고 있다. 북미와 유럽은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낮은 중남미 지역에서도 무풍 에어컨에 대한 매출비율이 상당하다.

 

■ 무풍에어컨은 무풍이 아니다

 

무풍이라고 해서 바람이 전혀 불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바람의 속도가 일반 에어컨보다 현저히 낮다. 미국냉공조학회(ASHRAE)에서는 냉기류(Cold Draft)가 없는 0.15m/s 이하의 바람을 '무풍'(Still Air)으로 정의한 바 있다. 즉 다시 말해 1초에 15센티미터 정도이하로 움직이는 바람을 '무풍'이라고 하는 것이다.

 

현저히 낮은 속도로 부는 바람이라면 피부로 인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느낌이 어느 정도인지는 사람에 따라 달라서 상당히 주관적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보통 바람이 닿는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미세하기는 하지만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달라서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라고 한다.

 

지구상에서 상당히 느린 동물중의 하나로 알려진 달팽이는 1시간에 약 48미터를 간다고 한다. 이를 초 단위로 환산하면 약 0.013m/s인데 이 속도와 비교하면 무풍에어컨의 바람 속도는 약 10배 빠르다고 볼 수 있다.

 

요약하자면 무풍에어컨은 바람을 맞지 않고도 시원함을 느끼는 방식인 것이다. 삼성은 무풍 에어컨을 출시한 초기에 "지금까지는 바람을 맞아서만 냉기를 느낄 수 있었지만, 이제는 바람을 맞지 않고도 만져서 냉기를 느끼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고 표현한 바 있다.

 

■ 무풍에어컨이 개발된 이유

 

국내에서 최초로 무풍 에어컨이 탄생한 것은 2016년이었다. 바로 삼성전자에서 최초로 관련 제품을 출시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무풍 에어컨을 개발한 이유는 아래와 같다.

 

이유로 넘어가기 전에 잠깐 방향을 틀어서 LG전자의 얘기를 한번 살펴보자. LG전자에서도 사람에게 닿는 바람을 최소화시킨 '와이드 케어 냉방' 기능을 선보인 바 있다. 이는 삼성의 제품과는 다르게 좌우에 4개의 에어가드라는 것이 있어 나오는 바람을 벽쪽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그러니까 나오는 바람의 양을 조절해서 사람에게 직접 닿는 바람의 양을 최소화시킨 것이다.

 

삼성이 무풍 에어컨을 개발하기에 앞서 우선 소비자들이 어떠한 제품을 원하는지에 대한 연구부터 시작했다. 그 일환으로 2014년 삼성전자에서 소비자 조사를 진행한 바 있는데 그 결과 가장 높은 선호도를 나타낸 냉방방식이 균일 냉방이었고 다음으로는 냉기 유지였다. 즉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바람의 질이나 냉방 자체의 질을 가장 원한다는 것이다. 또한 당시 대부분의 가정용 에어컨이 바람을 매개로 하여 냉기를 전달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냉기로 인한 불편함도 경험하는 소비자도 있다는 문제도 있었다.

 

이에 따라 삼성은 냉기에 의한 불쾌감이 없고, 공간 전체가 균일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중앙공조 방식의 '복사냉방'이 가장 좋은 방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가정에서 이런 방식을 구현하기에는 비용이나 크기 그리고 설치 등의 문제가 있어 여러모로 어렵다는 것도 알아냈다.

 

이후 이런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 삼성에는 바람은 일으키는 대신에 소비자가 이 바람 자체를 느낄 수 없는 방향으로 냉방을 구현하는 연구에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무풍 에어컨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무풍이라고 이름 지은 것은 단순한 마케팅 차원으로 보인다.

 

이 연구과정에서 삼성전자의 연구진은 오디오 스피커와 에어컨이 비슷하다는 점도 발견했다. 소리나 냉기 모두 공기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스피커에 나 있는 매우 미세한 구멍을 에어컨에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 미세한 구멍 13만 여개를 에어컨에 적용해서 풍량을 발생시키지 않으면서도 성능의 30% 수준으로 유지하는 사양을 적용한 것이다.

 

삼성에서는 이런 개발 배경을 소개하면서 "매우 차가운 냉기가 기류감 없이 새로운 차원의 냉방을 구현했다"고 표현했다. 현재 삼성에서 나오는 무풍 에어컨의 최대 미세구멍 개수는 27만개에 이른다.

 

이 무풍 에어컨은 바람이 직접 사람 몸에 닿지 않는 다는 장점만 있는게 아니다. 온도 균일도가 높은 편이어서 균일냉방을 가능하게 하는데, 이로 인해 소비전력도 줄일 수 있다. 초기에 나온 제품의 균일도는 97~99%에 이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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