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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및정보

전자 잉크의 역사와 전망

by h-man 2021. 8. 19.

1975년, 미국의 시사주간지인 비즈니스워크(Business Week)는 PC가 널리 보급되면 미래의 사무실에서는 종이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 'IT황제' 빌 게이츠도 그가 쓴 책인 '생각의 속도'에서 종이없는 사무실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물론 그 당시의 사람들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라며 이런 의견들을 일축해버렸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사무실에서의 종이 소비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종이 없는 사무실'의 실현은 머지 않아 보인다.

 

종이책도 종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맥락이다. 이전에도 종이책의 종말을 예언한 사람들은 많았지만 최근까지도 종이책의 존재는 나름대로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종이책이 휴대하기 좋다는 점, LCD 화면을 장기간 쳐다봤을 때 느끼는 피로감이 없다는 점 그리고 종이 자체에서 느끼는 감수성 또는 아날로그적 낭만 등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나 종이책 시장에도 전자잉크라는 것이 등장하면서 급변하고 있다. 이 전자잉크의 특징 중의 하나가 바로 종이책의 장점을 그대로 살렸다는 것이다. 굴지의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닷컴에 따르면, 2010년 7월부터 전자잉크를 사용한 전자책의 판매량이 종이책의 판매량을 넘어섰다고 한다.

 

전자잉크(전자종이)의 정의

 

전자잉크(electronic ink)에서 잉크는 단순히 비유적인 의미에서 붙은 명칭이고 실제로 잉크가 아니라 디스플레이의 일종이다. E Ink Corporation이라는 회사에서 개발한 전자종이(electronic paper)의 상품명인 E Ink에서 유래했다. 그러므로 전자잉크나 전자종이나 같은 말이다. 이 전자잉크는 다른 디스플레이와 달리 구부려 사용할 수 있으므로 주로 전자책 리더기, 휴대폰, 시계 와 같은 휴대용 기기등에 사용되고 있다.

 

전자잉크의 구조는 두 개의 전극 층 사이에 머리카락 직경만큼 작은 마이크로캡슐 수백만개에 들어가 있는 형태이다. 이 마이크로캡슐 안에는 투명한 기름과 양전하를 띠고 있는 흰색 입자, 그리고 음전하를 띤 상태의 검은색 입자가 동시에 들어가 있어서, 마이크로캡슐에 마이너스 전기를 가하게 되면 양전하를 띤 흰색 입자가 마이크로캡슐 위쪽으로 이동해서 디스플레이에 흰색을 표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검은색 입자는 아래로 이동하게 되면서 디스플레이에는 표시가 되지 않는다. 반대로 이 마이크로캡슐에 플러스 전기를 가하게 되면 검은색 입자가 위로 올라오게 되면서 디스플레이에 검은색 표시된다. 이러한 원리를 통해서 흑백의 그림과 글자가 표시된다.

 

전자잉크의 가장 큰 장점은 한 번 전기(또는 신호)가 가해지면 입자가 이동하고 난 후에 별도의 추가적인 전기가 없어도 화면이 계속 유지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배터리 소모량이 거의 없다. 다만 페이지를 넘길 때에만 배터리가 소모되기 때문에 대개 전자책 리더기의 사용량을 페이지 수로 표기한다. 게다가 별도의 광원이 필요치 않고 일반 종이와 같이 빛의 반사를 통해서 읽는 방식이기 때문에 눈의 피로가 적은 편이고 밝은 야외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전자잉크가 종이책과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것이다.

 

일반 LCD 디스플레이에 익숙한 사람들은 비교적 밝은 화면에 적응되어 있기 때문에 전자잉크가 너무 어둡다는 불평을 한다. 그래서 일부 모델 중에는 조명을 장착한 것도 있다. 이 밖에 시야각도 넓어서 어느 각도에서도 화면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중의 하나다.

 

전자잉크는 구조적 특징 때문에 흑백 디스플레이와 정지된 화면을 보여주기에 적합한 장치이다. 최근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전자책이 흑백으로 출력되는 종이책을 그대로 옮겨오는 방식이어서 별 무리는 없었다. 따라서 컬러를 표시하는 장치가 별도로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 컬러책을 읽을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된 태블릿 PC가 등장하면서 위기감을 느낀 전자잉크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전자잉크에도 컬러표시가 도입된 것이다. 2009년 후지쯔가 세계 최초로 컬러표시 기능이 장착된 전자잉크 디스플레이인 '플레피아'를 내놓게 되면서 전자잉크에도 컬러시대가 도래하였다. 아직 초창기이기는 하지만 이런 컬러잉크가 널리 보급되면  웹툰을 비롯한 보다 더양한 장르의 글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전자 잉크의 또 하나의 단점은 화면 전환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환 시 잔상이 많이 남는다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사진이나 동영상을 표시하는 데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단점 때문에 단말기 중에는 e잉크가 아니라 일반 LCD나 O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해 다용도 멀티미디어 기기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용도

 

전자잉크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야는 물론 전자책 리더기다. 대표적인 전자책 리더기로는 아마존닷컴의 킨들(Kindle), 리디북스의 리디페이퍼, 예스24와 알라딘에 제공하는 크레마 시리즈등이 있다. 

 

전자책 리더기 외에 다른 기기에도 활용할 수 있다. 2006년 모토로라에서 레이저 후속모델인 모토폰 F3를 출시했는데 이 기기가 바로 전자잉크를 디스플레이로 채택한 제품이다. 이 모토폰의 장점은 저렴한 가격과 적은 전력소비였는데 이 때문에 한동안 개발도상국에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다른 휴대폰 제조업체들도 전자잉크를 다양하게 활용했다. 삼성전자는 2009년에 출시한 휴대폰인 에일리어스2에 전자잉크를 활용한 쿼티키보드를 탑재하기도 했다.

 

2008년에는 패션전문지인 에스콰이어가 북미에서만 팔리는 한정판 커버에 사용하기도 했다. 이 한정판에는 'the 21st century begins now'라는 글자가 주기적으로 깜박인다. 여기에 사용된 배터리의 수명은 약 90일에 불과해서 에스콰이어에서는 배터리 수명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냉동트럭으로 잡지를 운송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전자잉크는 POP 광고 (point of purchase 광고, 매장 안에 걸어놓는 디스플레이)에도 활용되고 있다.

 

한편 중국의 가전 기업인 하이센스에서 최근 A5C를 출시했다. 이 A5C는 흑백의 전자잉크 디스플레이에 컬러 필터를 추가해서 좀 더 다양한 색상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제품은 스마트폰과 전자책 리더기를 합친 것이다.

 

전자잉크 디스플레이 제품은 주변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마트 가격표시 명찰이나 은행 비밀카드 및 각종 광고 디스플레이 등에도 적용되고 있다.

 

아직 공급량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다. 이것을 최초로 개발한 e잉크사가 전자잉크 패널을 독점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전자기기 제조사 쪽에서는 마냥 생산량을 늘리지 못하는 입장이다. e잉크사의 제공 일정에 맞춰 제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품질과 가격면에서 e잉크사보다 우수한 것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e잉크사는 전기장에 맞게 배열이 질서 있게 움직이고, 전원이 중단되도 멈춰 있는 상태가 유지되도록 하는 전하 띤 나노입자 잉크를 만드는 기술이 뛰어나다.

 

전망

 

태블릿PC의 등장으로 전자책 리더기에 대한 인기는 다소 시들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전자잉크에 대한 가치는 뛰어나다. 광원이 필요 없고, 종이처럼 구부릴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전력 소모가 매우 적다는 점 등의 뛰어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향후 컬러표시까지 가능한 전자잉크가 보급되면 지금보다 더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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