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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및정보

인텔의 그래픽 카드 도전사

by h-man 2021. 9. 14.

1998년에 인텔은 처음으로 외장형 그래픽 카드인 인텔740을 출시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마이크로프로세서(CPU) 사업에 전념해 오던 인텔이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 인텔이 내놓은 이 제품은 원래 GE에어로스페이스에서 달 착륙을 위한 아폴로 프로젝트의 '시각적 도킹 시뮬레이터'를 구축할 때 사용된 장치의 일부분이었다. 그런데 GE에어로스페이스가 록히드 마틴사로부터 분리되면서 기술 이전과 인수 합병을 거치면서 결국 인텔이 출시하게 된 것이다. 비록 내놓자 마자 18개월 만에 사라지기는 했지만, 이때 인텔이 받은 충격으로 인해 지금 나오고 있는 모든 컴퓨터에 영향을 끼치게 됐다.

 

인텔740의 실패를 경험한 인텔은 이후 GPU(Graphics Processing Unit, 그래픽 처리 장치)를 외부 장치로 분리하고, 대신에 메인보드(마더보드)에 통합시켜서 판매하는 방식으로 시장전략을 바꿨다. 이방식은 비록 외장형 그래픽 카드보다는 성능이 부족했지만 CPU와 메인보드만 사면 그래픽 카드가 딸려오기 때문에 이런 이점 때문에 시장의 반응도 좋았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인텔은 이후 본격적으로 데스크톱과 노트북에 그래픽 카드를 내장하기 시작했다.

 

그래픽 카드 업계의 숨은 강자

 

2001년이 되자 인텔은 펜티엄 3 노트북용 모바일용 칩셋에 익스트림 그래픽스라는 내장 그래픽을 탑재하기 시작했고, 2002년 후반에 이르러서는 데스크톱용 펜티엄4도 탑재했다. 이중 펜티엄4는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두게 되었고 이에 따라 인텔의 내장 그래픽 전략도 덩달아 성공했다. 연이은 성공으로 GPU 시장 점유을 확보하게 되자 인텔은 2004년에는 새로운 GMA(Graphics Media Accelerator, 그래픽 미디어 액셀러레이터) 시리즈 그래픽 모듈을 개발해냈다. 

 

이후 2008년에는, 인텔에서 '네할렘 마이크로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코어 i시리즈'라는 새로운 제품의 브랜드를 선보였고, GMA대신 'HD 그래픽스'라는 새로운 내장 그래픽 유닛을 CPU에 내장하기 시작했다. 이 CPU가 바로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코어 i 시리즈의 1세대 제품이다. 이후 HD 그래픽스는 데스크톱과 노트북 시장에서 대중화되면서, 급기야 2017년에는 'UHD 그래픽스'로 이름을 바꾸면서 11세대 프로세서에까지 탑재되고 있다.

 

인텔 740의 실패때문에 시작된 인텔의 내장 그래픽 전략은 지금까지도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1년 2분기 PC 그래픽 프로세싱(GPU) 시장 점유율은 인텔이 전 세계 점유율의 68.29%를 차지했으며, AMD와 엔비디아가 각각 16.48%와 15.23%를 차지했다. 용도별로 보면 AMD와 엔비디아가 게이밍 그래픽 카드로 주로 확보한 반면에 인텔은 주로 사무용이나 교육용 그리고 일반 사용자용 등에서 그래픽 카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점유 구조를 볼때 인텔이 내장 그래픽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다면 소비자들은 값비싼 외장 그래픽 카드를 무조건 구매하는 상황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인텔, 외장 GPU 시장에 재도전

 

현재까지 인텔은 내장 그래픽 시장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외장 그래픽 카드에 대한 목표를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다. 그 예로 2009년에 인텔에서는 라라비라는 외장형 GPU를 개발해서 기업용 고성능 컴퓨터 시장에 진출하려고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성능한계로 계획을 접었고, 그 기술을 바탕으로 제온 파이라는 슈퍼컴퓨터용 외장형 GPU를 개발한 사례가 있다. 2018년에는 공식적으로 외장 그래픽 카드를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공개된 라인업이 '인텔 Xe 마이크로아키텍쳐'다. 이 제품은 인텔의 새로운 GPU구조로, 네가지 제품군으로 나뉘었고, 현재까지는 Xe-LP가 시장에 정식으로 출시되어 있다. 제일 먼저 공개된 Xe-LP는 지난해 9월 공개된 11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의 노트북 그래픽 카드로 등장했다. 당시 공개된 Xe-LP는 CPU에 탑재되는 'Xe 그래픽스'와 외장 그래픽용 '아이리스 Xe 맥스 의 두 종류이다. Xe 그래픽스는 기존 CPU에 탑재되는 내장 그래픽 카드를 새로 업그레이드한 버전이고, 아이리스 Xe 맥스는 노트북에 장착된 그래픽 카드기는 외장으로 동작하는 그래픽 카드다. 이는 인텔740이후 23년 만에 등장한 그래픽 카드이며, 향후 인텔 외장 그래픽 카드의 출발선이기도 하다.

 

이어서 지난해 8월에는 고성능 그래픽 카드 브랜드인 '아크(ARC)'를 선보인 바 있다. 이 아크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모두 아우르는 브랜드이다. 이 브랜드는 향후 시장에서 인텔의 새로운 외장 그래픽 카드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될 것이다. 

 

현재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인텔의 새로운 외장형 그래픽 카드는 경쟁사인 엔비디아의 신형 그래픽 카드인 지포스 RTX 3050~3070 사이의 성능을 발휘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기능 면에서는 하드웨어 기반의 실시간 광선 추적과 인공지능 기반의 화질 향상 기능인 슈퍼 샘플링 기능이 적용되며, 게임 프로그래밍 애플리케이션 집합체인 다이렉트 X 12 얼티밋 버전과 완전히 호환된다.

 

인텔, GPU 시장 흔들다

 

인텔이 외장 그래픽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이는 가격과 성능 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현재까지 외장 그래픽 카드 시장은 엔비디아와 AMD가 양분하고 있고, 노트북 외장 그래픽 카드의 경우에는 엔비디아가 거의 독점하고 있다. 이런 상태가 근 20년 정도 이어지면서 이들 두 기업은 경쟁보다는 독자적인 노선으로 빠지게 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이 그만큼 줄어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텔이 시장에 진입한다면 두 기업의 전략은 당연히 바뀔 것이고 경쟁에 따른 가격 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다.

 

또한 성능에서도 변화가 올 수 있다. 인텔 아크가 조금이라도 전력 소모 대비 성능비가 높다면 소비자들은 인텔 제품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전력 소모 대비 성능비가 높아지면 그만큼 그래픽 카드는 작고 가벼워지며, 배터리는 더 오래가고 성능도 좋아진다. 이에 따라 기존 시장에 진출해 있던 엔비디아와 AMD도 모두 소비자의 만족도를 위해서 획기적인 성능 개선에 나설 것은 분명하다. 인텔740으로 시작된 인텔의 외장형 그래픽 카드의 역사가 다시 쓰여지고 있다. 인텔이 새롭게 도전하는 외장 그래픽 카드인 '아크'가 세상을 다시 한번 바꿀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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